AI음원과 저작인접권
최근 수노(Suno)와 같은 인공지능(AI) 음악 창작 도구의 발전은 음악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음원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디스트로키드(DistroKid)와 같은 음원 유통 대행사를 통해 AI 생성 음원을 발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은 바로 대한민국 저작권법상 ‘음반제작자’로서 저작인접권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음원의 상업적 사용권만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간결하게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1. 저작인접권의 본질과 음반제작자의 지위
대한민국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인 저작권 외에, 저작물의 공중 이용에 기여하는 자들의 권리인 저작인접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작인접권은 크게 실연자의 권리, 음반제작자의 권리, 방송사업자의 권리로 나뉩니다. 이 중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음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작물(음악)을 공중에 제공하는 데 기여한 제작자에게 부여되는 권리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6호는 “음반제작자”를 “음반을 최초로 제작하는데 있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로 정의하며, 제78조 내지 제81조는 음반제작자에게 자신의 음반을 복제·배포하고, 대여·전송하는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합니다. 핵심은 음반을 제작하는데 있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행위입니다. 전통적으로 음반제작자는 기획, 투자, 가수 섭외, 녹음 스튜디오 선정, 믹싱 및 마스터링 감독, 홍보 등 음반 제작 전반에 걸쳐 상당한 기여와 노력을 기울이는 주체를 의미했습니다.
2. AI 음원 제작과 ‘인간의 창작성’ 논의
AI가 만든 음원은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 때문입니다. AI는 사상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음원의 작곡이나 작사 그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저작인접권, 특히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어떨까요? 저작인접권은 저작권과는 달리 창작성 요건이 직접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음반의 고정(Fixation)과 이를 통해 공중 이용에 기여하는 ‘노력과 투자’에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저작인접권은 말 그대로 저작물, 즉 법적으로 저작권이 보호되는 저작물에 인접한 권리이므로, AI음원이 저작권법 상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 이상, 그를 음반으로 제작하여 발행하는 행위를 저작권에 인접한 권리로 보호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3. AI 음원과 음반제작자의 권리: 두 가지 경우
수노(Suno) AI를 사용하여 제작한 음원을 디스트로키드에 등록하여 발행하는 경우, ‘음반제작자’로서 저작인접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 시나리오 1: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음원을 단순 유통하는 경우
만약 개인이 수노 AI에 간단한 지시(프롬프트)만을 입력하여 음원을 생성하고, 그 결과물을 어떠한 추가적인 인간의 수정이나 창작적 가공 없이 그대로 디스트로키드에 등록하여 유통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이러한 경우, 해당 음원은 AI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결과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음반을 최초로 제작하는 데 있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에게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운로드 받아 유통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행위만으로는 음반 ‘제작’ 행위의 본질인 전체적 기획, 음악적 기여,기술적 고정, 조직적 노력과 투자를 통한 책임 있는 기여가 충분히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즉, 인간의 전체적인 기획이나 책임 있는 기여가 없는 단순한 ‘유통 대행’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음원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유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디스트로키드에 등록하여 발행하더라도 저작인접권 중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업적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이는 법적 보호를 받는 배타적 권리로서의 사용이 아니라, 단지 저작권이 없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수노와 디스트로키드의 약관에 따라 이용자로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나. 시나리오 2: AI 생성 음원에 ‘인간의 상당한 개입’이 이루어진 경우
반면, 개인이 수노 AI를 통해 생성된 음원을 가져와 인간의 전체적인 기획이나 노력이 상당 부분 투입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AI가 생성한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기반으로 인간이 직접 가사를 쓰고 보컬을 녹음한 경우
- AI가 생성한 트랙에 인간이 직접 다른 악기 연주를 추가하고 녹음한 경우
- AI가 생성한 여러 소스들을 인간이 직접 선별하고, 배열하고, 믹싱하며, 마스터링하는 등 음악적 판단과 기술적 노력을 통해 최종 음반을 완성한 경우
- AI 생성 과정에서 인간이 복잡하고 상세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의도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AI가 단순 도구로 기능하도록 만든 경우
이러한 경우, AI는 단순한 도구(tool)로 활용되었고, 최종적인 음반의 완성에는 인간의 상당한 노력과 음악적 판단, 기술적 기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전체적인 기획과 노력이 저작권법상 ‘음반 제작’의 의미에 부합한다면, 해당 개인은 ‘음반제작자’로서 저작인접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의 AI 관련 지침은 “인간의 창작적 통제(sufficient human control over the expressive elements)”를 강조하며, AI가 생성한 요소에 인간이 상당한 편집, 배열, 또는 추가적인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여 최종 결과물을 완성한 경우 저작권 등록이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저작인접권은 저작권과는 다르지만, 음반을 ‘제작’하는 행위에는 유사하게 인간의 노력과 기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유통’하는 것을 넘어, AI가 만든 소스를 가지고 ‘음반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간의 독자적인 기획이나 노력 투입 등 기여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4. 결론 및 제언
현재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해석상, 수노 AI를 사용하여 제작한 음원을 디스트로키드에 등록하여 발행하는 행위만으로는 단순히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음원을 유통하는 경우에는 ‘음반제작자’로서의 저작인접권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해당 음원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공 영역에 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귀하는 음원의 상업적 사용권을 가질 뿐, 법적 보호를 받는 배타적 권리로서의 저작인접권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요소를 활용하더라도, 인간이 전체적인 기획을 통하여, 직접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하거나, 보컬/악기 연주를 추가하거나, 믹싱/마스터링 등 음반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기술적, 예술적, 조직적 기여와 노력을 기울여 최종 음반을 완성했다면, 해당 개인 또는 기업은 음반제작자로서의 저작인접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AI는 단순한 도구로 활용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법적, 제도적 논의는 아직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향후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음원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권리를 인정할지, 아니면 ‘공유 영역’에 그대로 둘지는 계속해서 논의될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1조가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저작권법의 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저작인접권이 ‘저작자의 권리’ 즉,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한 저작물의 인접 권리로서 규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저작권과 달리 저작인접권은 창작성 자체는 요건이 아니므로, 음반 제작에 있어서의 전체적인 기획 및 책임감 있는 개입 행위의 존재 여부가 음반제작사로서 저작인접권 인정 여부에 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AI 음원을 유통하고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법적 분쟁을 방지하고 권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음반 제작 과정에서 인간의 기여도를 최대한 높이고 그 증거를 명확히 남기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AI가 만든 결과물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제작’의 본질에 다가가는 인간의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저작인접권이라는 법적 보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2025. 5. 28.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권단변호사 작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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